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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역, 오역 주의

※ 2일~4일의 사쿠마 쿄이치 루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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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낮 「사쿠마의 방」

 

 

(똑똑) 특별히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쿠마 씨의 방을 찾아가 보았다.

 

어떤 방일까 하는 호기심도 아주 조금 있다.

 

토모아키「놀러와 봤는데, 방해될까.」

 

사쿠마「주, 주인님! 방해라니⋯⋯ 일부러 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방은 비슷하게 생겼구나.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다.

 

사쿠마「앉아 주세요. 곧 차를 끓여 드릴게요.」

 

내 방과 제일 다른 점은 드링크 코너가 있다는 걸까.

선반에 진열된 각종 찻잎과 원두 팩, 소형 인덕션까지 있다.

 

사쿠마 씨는 능숙하게 작은 주전자에 생수를 부어 달이기 시작했다.

 

토모아키「작은 부엌 같네.」

 

사쿠마「⋯⋯부끄럽지만, 처음에는 가볍게 차 한 잔을 위한 것이었습니다만, 취미를 붙이고 조금씩 갖추다 보니 규모가 커져 버려서요⋯⋯」

 

의외의 인간미를 봤다.

완전 초인이고 엄격해서 취미가 없을 것 같은데.

 

사쿠마「주방처럼 여러 기구는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단한 것밖에 할 수 없지만요⋯⋯. 이치노세 덕분에 허브차의 바리에이션은 풍부해요. 제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토모아키「사쿠마 씨, 왠지 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네.」

 

사쿠마「⋯⋯시, 실례했습니다.」

 

딱히 화가 난 것도 아닌데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고지식한 것도 지나치면 다루기 힘들다.

 

조용히 차를 계속 끓이는 사쿠마 씨.

말해도 전혀 상관없었는데 말이야. 

 

잠시 후, 완성된 홍차를 살며시 가져다 주었다.

 

연한 적갈색 액체로, 김과 함께 뭉글뭉글 꽃향기가 피어오른다.

허브티다.

 

사쿠마「캐모마일, 로즈, 멜리사 블렌드입니다.」

 

토모아키「고마워. 잘 먹겠습니다―. ⋯⋯아, 맛있어.」

 

허브티 따위는 잘난 체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먹지도 않고 싫어했는데, 이렇게 그윽한 것이었다니.

향기와 온기에 힐링이 된다.

 

옆에서 기쁜 듯이 나를 바라보는 사쿠마 씨를 보고 내가 주인이라는 입장임을 떠올렸다.

 

내가 뭐라고 하지 않으면 사쿠마 씨는 이대로 서 있는 거지?

 

토모아키「아, 사쿠마 씨도 앉아. 같이 마시자.

 

이게 주인으로서 옳은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쿠마「괜찮습니까?

 

토모아키「물론이지.

 

사쿠마「감사합니다. 그럼, 호의에 응하겠습니다.

 

사쿠마 씨는 새로 컵을 꺼내어 허브티를 따르더니 맞은편 소파에 걸터앉는다.

 

몸가짐. 나를 섬기는 태도.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로 훌륭한 집사다.

 

하지만 이게 다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아직 버릴 수 없다.

이 누구보다 집사다운 집사다움은 본성을 감추기 위한 가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저택에 도착한 나를 보고 달려오기까지의 신속함은 부자연스럽지 않았던가?

마치 내가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속도였잖아.

 

사쿠마「⋯⋯주인님? 제 얼굴에 뭐라도⋯⋯」

 

듣고 정신이 번쩍 든다.

그야 미간을 찌푸리고 얼굴을 응시하고 있으면 누구나 지적하고 싶지.

 

토모아키「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차, 잘 먹었어.」

 

나는 엉덩이를 떼면서 퉁명스럽게 그 말만 남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2일 밤 「잔다」 3일 낮 「사쿠마의 방」

 

 

나는 사쿠마 씨의 방에 왔다.

 

막상 시간이 나면 별다른 취미도 없고 그저 한가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적당히 서성이는 것보다 사쿠마 씨에게서 알아내는 것이 확실할 것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쿠마「주인님. 불러 주시면 제가 갔을 텐데요⋯⋯」

 

토모아키「그치만 허브티 마시러 왔고. 여기서 만들려면 오는 게 빠르잖아.」

 

나는 일부러 버릇없이 털썩 소리를 내며 거침없이 소파에 앉는다.

 

떫은 표정을 할 줄 알았는데 사쿠마 씨는 그것이 자연스럽다는 듯이 미소지었다.

 

사쿠마「후후, 마음에 드셨다니 영광입니다.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 중 어느 것이 좋으십니까?」

 

토모아키「따뜻한 거.」

 

사쿠마「알겠습니다.」

 

아무리 내가 친구처럼 굴어 봐도 예의를 잃지 않고 결코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쿠마 씨가 있으면 주변이 맑은 공기로 채워지는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언제나 점잖은 미소만 지을 뿐 자신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는 건 차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일까.

둘러봐도 그 외에 취미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옷장 안에는 사복이나 잠옷이 들어있겠지만 슈트 이외의 사쿠마 씨는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자는 모습은 더더욱 상상할 수 없어.

 

책장에는 쓸데없이 두꺼운 외국어 제목의 책들만 즐비해 간신히 일본어로 쓰여 있어도 『전쟁론』이니 『도구적 이성 비판』이니 정말이지 난해할 것 같다.

 

한 권도 손에 들고 싶지 않다.

나한테는 인테리어다.

 

이것들을 읽고 있다면, 사쿠마 씨는 꽤 머리가 좋구나⋯⋯.

공부가 취미일지도 몰라.

 

사쿠마「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주인님. 레몬그라스와 페퍼민트 허브티입니다.」

 

산뜻한 향의 차가 테이블에 놓인다.

 

토모아키「고마워. 잘 먹겠습니다. ⋯⋯응, 맛있어. 레몬이 들어가니 완전 새콤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네.」

 

사쿠마「그 밖에 레몬 버베나, 블랙민트 등도 들어 있다고 하는데, 이치노세는 기업비밀이라며 자세한 배합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저는 잎을 봐도 알 수 없고요.」

 

이치노세가 키우고 있는 허브⋯⋯.

내 머릿속에 문득 안 좋은 상상이 떠올랐다.

 

저렇게 어수선하면 한눈에 뭐가 심어져 있는지 판단할 수 없다.

 

⋯⋯그렇다.

조용히 독초를 키우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은방울꽃도 유독하다고 들었어.

 

불길한 예상이 머리를 스쳤다.

 

예를 들면, 재산인가 뭔가로 이치노세가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을 깨달은 카미시로 씨는 해외로 도망친다.

 

외부인을 이용하면서까지『집사인 채로 있어라』라는 이상한 명령을 내린 것은 이치노세를 꼼짝 못하게 저택에 머물도록 하는 수단이라면⋯⋯.

 

카미시로 씨의 그 엉뚱한 편지도 생명의 위기에서 절박하게 쓴 것이라고 생각하면 앞뒤가 맞는다.

1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을 생각일지도 모른다.

 

나는 무심코 컵을 놓았다.

 

토모아키「사쿠마 씨, 같이 마셔. 이제부터는 처음부터 2인분을 내오도록 하고.

 

사쿠마「네. 감사합니다.」

 

사쿠마 씨는 자기 몫을 따라와 주저 없이 허브티를 입에 가져갔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같이 마셨어.

이것에 관해서 사쿠마 씨는 결백하다고 봐도 좋겠지.

 

독초라니, 설마 그런 서스펜스 드라마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감언이설이라는 말도 있다.

 

사쿠마 씨에게 이 가설을 넌지시 의논해 봐야 할까?

 

아니⋯⋯ 그만두자. 너무 성급해.

사쿠마 씨가 완전히 내 편이라 결정된 건 아니야.

 

각자가 단독으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주위가 모두 적일지도 모르는 곳에서 한 달을 보낸다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눈앞의 차에 뭔가가 섞여 있는 기색은 없었지만 나는 더이상 마실 수가 없었다.

 

사쿠마「⋯⋯입맛에 맞지 않으십니까?」

 

내가 한 모금밖에 마시지 않고 놓은 컵을 보고 사쿠마 씨가 불안한 듯이 중얼거렸다.

 

사쿠마「바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커피도 있는걸요? 말씀해 주시면 좋았을 텐데, 주인님은 상냥하시네요.」

 

사쿠마 씨는 고운 얼굴로 웃어 보였다.

 

왜지?

왜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아첨해?

 

토모아키「⋯⋯사쿠마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여기는 무서워⋯⋯」

 

나도 모르게 입 밖에 내버린다.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였다.

 

놀란 것은 사쿠마 씨도 마찬가지였다.

난처한 듯, 슬픈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상처를 준 것 같다.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모아키「⋯⋯미안. 뭔가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약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것 같아. 방으로 돌아갈게.」

 

사쿠마「⋯⋯저는, 항상 주인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것뿐입니다.」

 

곧고 단단한 목소리가 등 뒤로 들렸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말없이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3일 밤 「사쿠마의 방」

 

 

주위는 조용했다.

낮에는 화려해 보이는 저택도 해가 지면 정체 모를 두려움을 안겨 준다.

 

쓸데없이 넓은 만큼 『사람이 없는 곳』의 비율이 높아지는 탓이겠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각 문 너머에는 분명히 누군가가 있을 테니 나는 사쿠마 씨의 방을 가보기로 했다.

 

⋯⋯⋯⋯.

방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벌써 잠들어 버린 걸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 같군⋯⋯.

 

노크하려고 손을 들었을 때였다.

 

사쿠마「주인님?

 

토모아키「우와앗!!」

 

어느새 등 뒤에 사쿠마 씨가 서 있었다.

부탁이니까 기척과 발소리 없이 다니지 말아줘.

 

사쿠마「그곳은 제 방이에요. 주인님 방은 이쪽입니다.

 

사쿠마 씨는 빙그레 웃으며 내 방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안내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방을 잘못 찾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토모아키「에, 아니⋯⋯」

 

사쿠마「이번 일로 주인님께선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만⋯⋯.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저희에게 말씀해 주세요. 저희는 오직 주인님만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토모아키「에, 아아⋯⋯ 응.

 

「방의 장소는 바로 기억했어」라고 말을 잇지 못한 나는 안내받는 대로 사쿠마 씨의 뒤를 따랐다.

 

토모아키「아, 고마워.」

 

문을 열어준 사쿠마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사쿠마「아닙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주인님.」

 

뭐, 됐나⋯⋯.

 

침대에 들어가서 눈을 감는다.

 

푹신푹신한 잠자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나를 잠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4일 낮 「사쿠마의 방」

 

 

주인 노릇을 한다면 거리낄 것이 없지 않을까 싶어 나는 노크도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사쿠마 씨는 책상에서 뭔가 작업 중인 것 같았지만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고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사쿠마「안녕하세요,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지 웃는 얼굴이 어색하다.

 

토모아키「 무슨 일이냐니, 차 마시러 왔는데.」

 

사쿠마「⋯⋯괜찮으십니까? 저는, 주인님의 비위에 거슬리는 짓을 해 버렸는데도요⋯⋯

 

역시 신경 쓰고 있었구나.

내가「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으니까.

 

언제까지고 이렇다 저렇다 깊이 생각하고 서투르게 선을 긋다가는 접근할 것도 접근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내 목적은 안전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돈이다.

일부러 미움받을 짓을 하면 뭐가 돼.

 

토모아키「사쿠마 씨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내가 멋대로 불안해했을 뿐이니까.」

 

토모아키「⋯⋯봐, 주인님이라고 해도 결국은 대리잖아? 나 따위의 말을 듣는 것은 싫은 게 아닐까―, 싶어서.」

 

사쿠마「주인님. 그런 말씀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에게 있어서는, 당신이 유일한 주인님이신걸요?」

 

사쿠마「모실 분이 계시지 않는다면, 집사라는 직함 같은 건 그저 장식일 뿐입니다. 제가 존재하는 이유도 없어져 버립니다. 아무쪼록 집사 같은 것 때문에 고민하지 마십시오.」

 

그런 거창한⋯⋯.

 

사쿠마 씨의 진지한 눈은 연기나 임시방편의 비위 맞추기가 아닌 것 같았다.

 

어떤 인생을 살아야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상상할 수 없지만 내 안의 상식에 비춰봐야 납득할 만한 답이 나올 리도 없다.

역시 이곳은 다른 세계다.

 

⋯⋯정말 내 명령이라면 무엇이든 듣겠다는 걸까?

나는 시험 삼아 말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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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아키「그럼, 대학 리포트 나 대신 써줘.

 

비교적 진심 어린 부탁이었다.

 

『 도시전설과 소비자 행동론』

음이온이라든가 콜라겐 요리 같이 과학적 근거가 낮은 것의 유행이나, 입소문의 전파 속도를 조사하고⋯⋯ 결국 상품을 퍼뜨리는 좋은 홍보 방법이 뭐냐 하는 이야기인데.

 

내가 정한 주제인데 자료만 마주하고 있어도 머리가 아플 뿐 전혀 진행되지 않고 벌써 귀찮아지고 있다.

머리가 좋은 사쿠마 씨라면 어렵지 않게 해줄 것 같다.

 

사쿠마 씨는 잠시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생각한 뒤 엄한 얼굴로 말했다.

 

사쿠마「⋯⋯그 명령은, 따를 수 없습니다.」

 

토모아키「뭐야. 뭐든지 듣겠다고 한 건 거짓말이야?」

 

사쿠마「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그것을 해 버리면, 주인님께서는 큰 뜻을 품으시고 공부에 힘쓰고 계신데 주인님의 귀중한 기회를 빼앗아 버리게 됩니다. 그러면 주인님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쿠마「그러니 대필은 할 수 없습니다. 서적을 찾거나 야식을 만들거나 어디까지나 『도움』이라면 무방하지만요⋯⋯」

 

흠.

본인 의지도 없이 바보처럼 뭐든지 그냥 명령에 따르는 게 아니란 말인가.

 

제대로 종합해서 판단한 결과,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하겠다, 라고.

 

토모아키「그렇네. 진짜구나.」

 

사쿠마 씨는 묘한 얼굴로 뭔가 말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나는 사쿠마 씨가 입을 열기 전에 말했다.

 

토모아키「응. 리포트는 혼자 힘낼게.」

 

사쿠마「그것 참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조금 정도는 사쿠마 씨를 신용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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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씨가 하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장난기가 치밀어 일부러 짓궂은 명령으로 놀려 주자고 생각했다.

 

토모아키「키스해줘, 라고 하면 어떡할 거야?

 

사쿠마「무슨⋯⋯그, 그건⋯⋯」

 

냉정한 사쿠마 씨가 겉으로도 동요하고 있다.

그 드문 반응이 재미있어서 나는 더 다가가 본다.

 

토모아키「만약 여기 온 사람이 여자애였다면, 연애 감정을 가져서 그런 명령을 받았을 텐데? 그래서 거절할게요, 하면 울렸을걸?

 

사쿠마「ㅈ, 저는 집사입니다. 아가씨와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당황해, 당황한다.

이런 평범한 얼굴도 할 수 있구나.

 

토모아키「그―러―니―까―, 혹시나 하는 얘기라니까. 이런 명령이야말로 집사의 솜씨를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사쿠마「키, 키스⋯⋯ 말씀이십니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쿠마 씨가 우습고 이상해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사쿠마「⋯⋯알겠습니다.」

 

 

토모아키「에? 잠⋯⋯우와아앗!?」

 

사쿠마 씨는 이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가 싶더니 내 손을 억지로 자신의 입가로 끌어당겼다.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손을 잡고 놓지 않는다.

 

긴 속눈썹과 희미하게 느껴지는 숨결에 왠지 두근두근하게 된다.

남자로서 분하지만 정말 멋있네.

 

왕자가 공주의 손을 잡고⋯⋯ 같은 그림이다.

내가 공주인가!? 하지 말아줘!

 

손등에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애매한 거리에 쩔쩔맸다.

 

토모아키「자, 잠깐만! 내가 잘못했다니까!」

 

사쿠마 씨는 눈을 감고 정말 손등에 키스할 것 같은 기세다.

 

토모아키「안 해도 돼! 진짜 미안하다고!」

 

사쿠마「주인님, 농담이 지나치시는데요?」

 

아무래도 결과적으로 내가 1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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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마 씨가 하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기에, 장난기가 치밀어 일부러 짓궂은 명령으로 놀려 주자고 생각했다.

 

토모아키「그럼, 옷 벗어 봐.」

 

사쿠마「무슨⋯⋯여, 여기서, 말씀이십니까?」

 

냉정한 사쿠마 씨가 겉으로도 동요하고 있다.

기계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제대로 정상적인 반응도 할 수 있잖아.

 

사쿠마「⋯⋯제가 옷을 벗기를, 주인님께서 원하시는 거군요?」

 

험상궂은 얼굴이 되어 간다.

역시 화가 났을지도 몰라.

 

사쿠마「⋯⋯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뭔가 생각이 있으셔서 그런 것이겠지요⋯⋯. 그럼, 실례되는 일이지만⋯⋯!」

 

사쿠마 씨가 정장 단추에 손을 얹는다.

나는 순식간에 이해했다.

화난 게 아니야, 결심한 거다!

 

토모아키「아앗―! 스톱, 스톱! 벗지 마! 농담인 게 당연하잖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거냐고!」

 

무서운 프로 근성이다.

내가 말릴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벗으려고 했어.

 

사쿠마「주인님도 참, 사람이 짓궂으시네요⋯⋯」

 

사쿠마 씨는 내심 안심한 듯했다.


 

토모아키「그럼, 다음이 진짜 명령이야.」

 

온순한 표정으로 말을 기다리는 사쿠마 씨에게 나는 잠시 틈을 주고 말했다.

 

토모아키「커피 줘. 차갑게, 블랙으로.」

 

사쿠마「알겠습니다.」

 

사쿠마 씨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허브티는 사양하고 싶어.

아직 이치노세에 대한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시판 커피라면 안전하겠지.

 

잠시 후 테이블에는 두 개의 잔이 놓였다.

 

사쿠마씨와 신나는 대화⋯⋯까지는 아니었지만 조용하고 느긋한 시간을 즐긴 후에 나는 방으로 돌아왔다.

 

 

 


 

 

 

4일 밤 「사쿠마의 방」

 

 

사쿠마 씨의 방 앞에 왔다.

정찰과 심심풀이 겸 말이다.

 

⋯⋯일어나 있을까. 자고 있나.

볼일도 없는데 찾으면 싫어하려나⋯⋯.

 

아니, 주인님이니까, 이런 걸로 고민하면 반대로「주인님답지 않다」고 급료를 낮출 수도 있어.

 

나는 과감히 문을 노크해 보았다.

 

⋯⋯⋯⋯.

당장 대답은 없었지만 대신 안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일어나 있긴 한 것 같은데⋯⋯.

 

잠시 후에 문이 열리고 나온 것은 나비넥타이가 구부러지고 머리가 좀 흐트러진 사쿠마 씨였다.

방금 황급히 몸단장을 한 것 같다.

 

토모아키「아, 자려고 했어?

 

사쿠마「아니에요. 무슨 일이십니까?

 

나를 배려해서인지 평소처럼 침착한 모습으로 미소짓는 사쿠마 씨.

 

토모아키「어. 특별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닌데⋯⋯」

 

분명 내가 이렇게 늦게까지 깨어있을 줄 몰라서 이제 쉬려고 했겠지.

뭔가 안 좋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쿠마「밤샘은 몸에 해로워요? 잠이 안 오시면, 따뜻한 음료를 좀 가져다 드릴까요?」

 

토모아키「아, 으응. 필요 없어. 괜찮아. 잘 자.」

 

내가 일방적으로 말을 끝내려 해도 사쿠마 씨는 예쁜 미소로 상냥하게 말했다.

 

사쿠마「네. 안녕히 주무세요. 주인님.」

 

 

 

5~8일 https://gyutto.tistory.co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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